고양이 허피스에 엘라이신? 락토페린?

2020. 10. 17. 21:30멍이 냥이 이렇게 키워요

허피스는 고양이들이 흔히 걸리는 상부 호흡기 감염증, 그러니까 일종의 고양의 감기다. 고양이가 재채기를 하거나, 한쪽 눈을 다 못 뜨거나, 눈물이 나거나 눈곱이 있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허피스에 걸렸나?'이다. 당연히 병원에 가야 하지만 증상이 가볍다면 굳이 처음부터 병원에 달려가지는 않는다. 대신 영양제를 먹이면서 호전되는지를 지켜보게 되는데, 많은 경우 고양이 스스로 자기 면역으로 낫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영양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진다면 자가 치료에 매달리지 말고 병원으로 가자.)

 

그렇다면 어떤 영양제를 먹이는 게 좋을까? 뭐든 몸의 활력과 면역을 높여주는 것들이 도움이 되지만, 대표적인 영양제가 바로 엘라이신과 락토페린이다. 엘라이신이 나을지, 락토페린이 나을지 결정 장애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두 영양제의 효과에 대해 포스팅해 보겠다.


엘라이신 

엘라이신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있다. 효과가 있다, 효과가 없다, 심지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 이렇게 여러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인데, 이 주장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면 엘라이신이 어떻게 고양이 몸에서 작용하는지를 봐야 한다. 

 

★ 효과가 있다는 주장

일단 엘라이신은 필수아미노산으로 고양이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을 해내지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식을 통해서 섭취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료에 엘라이신이 첨가되어 있는 것이다. 

엘라이신 얘기를 할 때 꼭 같이 등장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바로 아르기닌이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아르기닌이 바이러스의 영양 공급원이 되는데, 아르기닌이 없다면 바이러스는 말하자면 굶어 죽는 상태가 된다. 그럼 아르기닌을 줄이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게 바로 엘라이신이다. 엘라이신은 아르기닌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엘라이신이 늘어나면 아르기닌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 

정리해보자면, 허피스에 걸렸을 때 엘라이신을 먹는다. →  아르기닌이 줄어든다. → 허피스 바이러스의 양분이 부족하다. → 허피스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한다. → 허피스가 낫는다. 대충 단순화해보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얘기다. 이 이론에 따라 허피스에 걸렸을 때 엘라이신을 급여하면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 효과가 없다는 주장

최근 엘라이신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 결과가 있어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 연구들에서 주장하는 바는, 아르기닌이 바이러스 증식하는 데 양분이 될 뿐 아니라 면역 세포의 양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르기닌이 줄어들면 바이러스도 증식이 어려워지지만 면역 세포도 같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르기닌은 신장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엘라이신 섭취로 아르기닌이 줄어들면 신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연구도 있다. 고양이의 경우 엘라이신과 아르기닌 사이에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경쟁 관계가 없기 때문에 엘라이신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아르기닌이 줄어들거나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더해서 아르기닌이 줄어든다고 해도 고양이의 경우 허피스 바이러스 복제에 그다지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인다. 이것이 최근에 허피스에 엘라이신을 먹을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근거다. 

 

★ 뭐가 맞는 얘기일까? 

엘라이신의 효과를 부정하는 이런 주장에 대해 다시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많은 논문이 허피스에 엘라이신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효과 없다는 논문은 몇몇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한의 루프처럼 주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에 우리 같은 일개 고양이 집사들은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직은 허피스에 엘라이신 영양제를 함께 처방하는 수의사도 많고, 많은 캣맘들의 효과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 같은 경우엔 허피스가 의심될 때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급여를 한 다음 증상이 완화되면 중단한다. 평상시에 허피스 예방이나 건강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먹이진 않는다. 

 

★ 엘라이신 제품 

베토퀴놀 바이랄리스와 플루맥를 먹여봤다. 둘 다 젤 타입의 제품으로 기호성이 좋은 편이라 간식처럼 먹일 수 있어서 편하다. 단, 고양이 입맛이란 엄청나게 제각각이라 절대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런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먹이기가 어렵다. 막상 많이 아플 때는 입맛이 떨어지는지 먹으려 들질 않아서 결국 못 먹인 경우도 있다.

둘 다 맛과 향이 강하고 급여량도 많은 편이라 캔 같은 데 섞어서 먹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플루맥스는 가격도 꽤 비싸고 막상 몇 번 먹이지 않아서 다 떨어진다. 효과로 입소문이 높은 제품이지만 지금 먹이고 있는 제품이 다 떨어지면 또 사게 될 것 같진 않다. 

엘라이신을 먹일 계획이라면 자로우(재로우) 엘라이신이나 나우 엘라이신 같은 사람용 캡슐이나 가루, 타블렛 타입 제품이 낫다고 본다. 자로우 엘라이신은 가루 형태로 하루에 1/2 티스푼을 먹이면 된다. 

 


락토페린 

허피스에 걸렸을 때나 걸리지 않았을 때나 영양제로 꾸준히 먹이고 있는 게 바로 락토페린이다. 논쟁이 비교적 적으면서도 효과에 대해 좋은 말이 많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급여를 하고 있다. 

 

★ 어떤 식으로 허피스에 도움이 될까? 

허피스를 낫게 하는 원리는 엘라이신과는 다르다. 엘라이신은 바이러스의 먹이가 되는 아르기닌과 엘라이신의 경쟁 관계를 이용하는 반면, 락토페린은 기본적인 면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허피스에 도움을 준다.

락토페린은 젖소의 초유에 들어 있는 물질로 사람의 초유에도 많이 들어 있다. 출산 후 3일, 길면 10일까지 나오는 젖으로 갓 태어난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면역이 거의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이므로 초유에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세균과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에서 중요한 건 허피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 면역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서 면역 세포가 잘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 락토페린 제품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서는 자로우 락토페린이 꽤 유명하다. 250mg짜리 캡슐의 경우 평소에는 1/4~1/3캡슐을 먹이지만, 허피스에 걸렸을 때는 1/2 캡슐 정도를 먹인다. 더 집중적으로 먹이고 싶다면 1 캡슐까지 먹이기도 한다. 고양이용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사의 복약 가이드라인은 아니고 집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방법이다. 락토페린은 소의 초유에서 추출하는 만큼 우유를 소화 못 하는 고양이라면 설사나 구토를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1/5 캡슐 정도 먹여봐서 설사나 구토를 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이상이 없으면 점점 더 양을 늘려가면서 어느 정도까지 부작용 없이 먹는지 체크해보면 된다. 또 하루 먹일 양을 한 번에 다 먹이지 말고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먹이는 방법도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장기간 복용해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휴약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휴약기를 가지라는 말도 있고 휴약기가 필요 없다는 말도 있는데, 고양이를 위한 복약 지침이 있을 리 없으므로 집사의 선택과 고민이 필요하다. 나는 휴약기를 가지면서 먹이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허피스에 걸렸을 때는 엘라이신과 허피스를 같이 먹이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 엘라이신을 먹이기로 결정했다면 엘라이신과 함께 락토페린도 급여하는 걸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