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염, 잘라도 될까? 빠져도 될까?

2020. 10. 28. 23:00멍이 냥이 이렇게 키워요

고양이수염 = 행운의 상징 

얼마 전 청소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수염을 발견했다.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 생각이 스쳤다. 원래 이렇게 빠지는 건가? 그러곤 금방 잊었고 빠진 수염을 다시 보진 못했다. 그런데 '고양이수염이 행운의 상징'이라는 말을 들었다. 빠진 고양이수염을 손에 쥐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얘기였다. 아, 그때 뭐라도 빌어볼걸.

 

떨어진 고양이 수염을 고이 간직하는 집사들도 있다. 사랑하는 고양이의 몸에서 나온 것이니까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행운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일까? 그래서인지 고양이수염 보관함을 팔기도 한다. 

 

 

난 고양이 수염이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거추장스럽게 입 주변에 기다랗게 자라 있는 수염이야말로 고양이의 멋짐을 완성해준다. 물 마시거나 밥 먹을 때 수염을 뒤로 젖힌 고양이들을 보면 멋짐을 위해선 귀찮음이 필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물을 마실 때 왜 수염을 뒤로 젖히는 걸까? 대단한 이유는 없다. 그냥 수염이 물에 젖는 게 싫어서다. 역시 멋쟁이답다. 

 

신경, 혈관과 연결된 고양이수염 

아무튼 이렇게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수염이 고양이한테는 꼭 필요한 걸까?

고양이수염은 사람으로 치자면 눈 & 달팽이관의 역할을 한다. 사람 수염이랑은 차원이 다른 일들을 하는 게 바로 고양이수염이다. 입 주변의 수염, 눈 위의 수염 모두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수염은 다른 털에 비해서 유난히 두껍고 길고 뿌리 역시 깊은데, 수염의 뿌리 부분으로는 신경과 혈관이 연결되어 있어 수염이 예민한 감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고양이수염 = 감각 기관 

시력이 좋지 않은 고양이들에게 수염은 눈과도 같은 존재다.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고양이는 수염으로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바람의 세기가 강한지 약한지 등을 파악하고, 사냥감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한다.

 

밤에 어두운 곳에서도 부딪히지 않고 요리조리 잘 다닐 수 있는 건 수염이 주변의 지형지물을 감각해주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으로 지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도 수염으로 판단한다. 공간의 폭이 어느 정도 되는지 수염으로 감지를 하고서 자      기 몸이 통과 가능한지 알아낸다.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고양이를 보고 무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수염으로 다 가늠을 해보고서 들어가는 것이었다. 

 

평형감각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마치 사람의 달팽이관처럼 균형 유지에 수염이 도움을 준다. 담벼락 위를 비틀거리지 않고 우아하게 걷고, 높은 곳에서 멋지게 뛰어내릴 수 있는 건 수염 덕분이다. 그래서 수염을 싹 밀어버리면 균형을 잃어버려서 잘 못 걷고 잘 못 뛰는, 고장 난 고양이가 될 수 있다. 절대 고양이수염을 자르면 안 되는 이유다. 

 

고양이수염 = 표정 

수염은 고양이의 기분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마치 강아지의 꼬리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고양이수염에는 흥분과 편안함, 호기심과 적대감 등이 드러난다. 호기심을 드러낼 때는 수염은 앞쪽으로 뻗어 있지만, 적대감과 두려움을 느길 때는 수염이 볼 쪽을 향해 팽팽하게 당겨진다. 편안할 때는 수염도 같이 이완된다. 

 

절대 자르면 안 된다  

집사들 중에는 고양이수염을 잘라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는 미용할 때 입 주변의 털을 싹 밀어버리는 게 흔하니까 고양이도 그래도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양이수염은 자르면 안 된다. 

 

 

이제껏 얘기한 것처럼 고양이 수염은 중요한 감각 기관이기 때문에 수염을 자르게 되면 감각 기관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한두 개 빠짐은 자연스럽지만 심할 때는 병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염 한두 개 빠지거나 끊어진 걸로 가슴 철렁할 필요는 없다. 수염도 우리 머리카락이랑 비슷하게 자연스럽게 빠지기 때문이다. 영양이 부족하면 가늘어지기도 하고, 격하게 놀다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니까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단, 많은 수염을 한꺼번에 자르면 안 되는 건 꼭 기억하자. 

 

 

하지만 조심해야 될 때도 있다. 여러 가닥이 한꺼번에 빠지거나, 한쪽 수염이 많이 빠진다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스트레스나 피부 염증으로 수염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탈모 현상으로 수염이 빠지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사료나 음식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