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링웜의 모든 것 / 먹는 약부터 격리, 소독까지

2020. 10. 15. 20:13멍이 냥이 이렇게 키워요

고양이 링웜, 챙겨야 할 것도 한두 가지 아닌 데다 잘 낫지 않는다는 말도 많기 때문에 내 고양이가 링웜에 걸렸다는 걸 안 순간 집사는 패닉에 빠지기 쉽다.

 

나 역시 마당에서 밥 주던 6개월령 고양이와 집에서 키우는 20개월령 고양이가 링웜에 걸렸을 때 경황이 없었다. 처음 갔던 병원의 수의사가 먹는 약, 바르는 약부터 환경 소독, 약욕까지 엄청나게 많은 과제를 줬던 데다 먹는 약 부작용까지 겁을 많이 줘서 많이 당황했다. 그래서 우왕좌왕하게 됐고 결국 돈도 많이 쓰고 낫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키우는 고양이가 링웜에 걸렸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고서 꾸준히 실행하면서 경과를 잘 살피다가 효과가 없으면 그때 치료 방법을 바꾸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어떤 방법이든 찔끔찔끔했다 말았다 하면 치료 기간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과 신묘한 치료 방법들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도 너무 혹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잘 낫지 않는 병인 만큼 온갖 치료법이 난무하지만 내 생각은 기본적인 걸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거다. 방황하느라 2개월이나 걸렸던 링웜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링웜 치료 시 꼭 알아둬야 할 것들에 대해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명칭 

링웜, 피부사상균증, 곰팡이성 피부염, 백선증 등으로 부른다. 

 

 

증상

일반적으로 둥그스름하게 털이 빠지고, 붉어지고, 각질과 딱지가 생긴다. 자료에 의하면, 치료하지 않아도 2~3개월 정도면 낫는다고 한다. 하지만 치료를 서두르는 이유는 다른 고양이나 사람에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인수 공통 전염병은 무섭다. 발견과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발견 전: 병변 발견 2~3일 전부터 뭉쳐서 빠진 털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털 끝에 갈색 홀씨 같은 게 매달린 것도 있었고, 매달리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동글동글 먼지가 뭉친 것 같은 형태가 아니라 민들레 홀씨가 쏙 뽑힌 것처럼 털들이 나란하게 뭉친 것들이 주로 보였다. 

 

발견: 마당냥은 턱 아래 목 쪽에, 집냥은 등에 탈모가 생긴 것이 첫 증상이었다. 처음에는 발진, 각질, 딱지는 없었고 원형탈모처럼 깨끗하게 털이 쏙 빠지고 깨끗한 피부가 싹 드러나 있었다. 

 

진행: 2~3일 지나면서 병변이 붉어지고 각질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주 약하게 화상 입은 것처럼 피부가 각질로 덮여 있어 다소 건조하고 거칠었다. 주변 털에 허연 비듬 같은 것도 묻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병변이 커졌다. 먼저 털이 빠졌던 곳이 낫는 것 같아도 점차 다른 쪽으로 병변이 전진해 나간다. 마치 산불이 나무들을 태우면서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병변 가장자리의 털들을 자세히 보면 털의 뿌리 부분에 갈색 포자 같은 각질이 보이기도 한다. 이건 이미 무좀균(진균)에 감염된 털들이다. 

 

회복: 제일 먼저 붉은기가 진정된다. 그리고 솜털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아직 비듬은 간간히 남아 있지만 피부가 건조하지 않고 부드러워진다. 나아가면서 차츰 비듬도 사라지는데, 굳이 목욕시켜 주지 않아도 없어진다. 

 

23일째. 링웜 한창일 때. 털이 빠지고 피부가 붉어져 있다.

 

52일째, 링웜 나아가는 중. 발등의 링웜은 다 낫고, 발목까지 올라왔던 링웜 부위는 점점 완화되는 중이다. 붉은기 없이 피부가 진정되었다. 

 


병원 선택

발견과 치료는 빠를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병원이나 가면 안 된다. 고양이 진료 경험이 많은 곳, 평판 좋은 곳을 알아봐서 가야 한다. 능력도 없는 병원에서 약 먹고 치료한다고 시간, 노력, 돈 허비하면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며칠 미루더라도 좋은 수의사를 찾아가도록 하자. 분명 좋은 수의사는 있다. 찾기 어려울 뿐이지. 

 

내 경우엔 급해서 집 근처 병원 중 그나마 규모가 큰 곳으로 달려갔는데, 냥이 다루는 것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1그램의 애정이나 친절도 묻어 있질 않았고, 상담 방식도 아주 일방적이었다. 의논과 상담을 하기보다는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었다.

마당냥, 집냥 모두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서 한꺼번에 2주 치나 약을 처방했는데, 증상 없는 아이들도 감염이 이미 됐을 것이므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약값이 무려 30만 원에 육박했다.

(결국 약은 아픈 아이만 먹였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정도로 자기 면역으로 이겨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굳이 약을 먹이고 싶진 않았다. 내 생각이 맞다는 건 아니고 수의학 교과서에 어찌 쓰여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증상도 없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약 처방하면서도 "먹고서 토하거나 하면 약 중단하세요." 이러고 끝. 그런 경우엔 약을 바꿔 보자거나, 간 검사를 해 보면서 약을 먹이자거나, 대안 혹은 치료 계획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처방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약 먹고 조금만 안 좋아 보여도 금세 약을 중단하게 됐다. 그러다 또 먹여야 되나 싶어 다시 먹여 보았다. 이런 식이니 병이 나을 리가 없었다. 

상담 방식이 맘에 안 들거나 처방에 의구심이 생긴다면 진료를 받았더라도 처방받지 말고 진료비만 내고 나올 것을 권한다. 아니면 길어도 일주일치 정도로 기간을 짧게 해서 처방을 받는 것도 좋겠다. 먹여보고 괜찮으면 다시 가고 별로면 안 가면 그만이다. 

 


상담 & 진료
어리바리한 채로 가면 바가지 쓰기도 쉽고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수의사에게 요구할 거, 질문할 거 등등을 메모해서 가자.

치료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길 바란다. 어느 정도 지나면 변화가 보일지, 변화가 없어도 같은 약을 몇 주일씩 먹여야 되는지 등등 알아둬야 확신을 갖고 치료에 임할 수 있다. 

대충 얘기하는 수의사나 짜증 내는 수의사는 나라면 거르겠다. 이런 경우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적이 없다. 

 


검사

우드램프 검사, 배양 검사로 주로 진단한다. 우드램프 검사는 자외선이 나오는 램프를 병변 부위에 비추어봤을 때 링웜 부위가 형광색으로 빛이 난다. 배양 검사는 털을 뽑아서 균을 직접 배양해서 진단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우드램프 검사에 비해 비싸다.

증상이 매우 전형적일 때는 따로 검사 없이 링웜 진단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링웜으로 찾아갔던 두 군데 병원 모두에서 육안으로 보자마자 링웜이라고 진단했다. 

 

 

기록 

차도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매일 사진을 찍어두면 도움이 된다. 이게 낫고 있는 건지 아닌지 기억에만 의존하면 상당히 헷갈리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의 변화는 잘 포착되지 않는다. 사진을 쭉 모아놓고 비교해 보면 악화되는지, 비슷한지, 낫는 중인지 판단하기 쉽다.

아이의 상태 변화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다. 이걸 알아야 계속 치료 방법을 고수할지 그만둘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변화가 눈에 띈다. 사실 2~3일 안에 확신할 순 없지만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긴 한다. 


격리

링웜에 걸린 고양이는 격리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엔 집 안에 4마리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지만 격리는 안 했다. 수의사 말대로 이미 서로서로 곰팡이균에 다 감염된 상태라면 굳이 격리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새로 들어오는 고양이라면 원인균과 접하지 않도록 격리할 테지만 계속 같이 생활해왔기 때문에 그대로 놔뒀다. 게다가 엄마냥과 딸 고양이들이라 격리가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격렬한 항의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다만 브러시로 털을 빗겨주는 건 중단했다. 링웜 걸린 애가 아니더라도 다른 애들 사이에서도 한 브러시로 돌아가면서 쓰기가 찝찝했다. 

또 링웜 걸린 고양이에게 약을 발라주거나 청소를 하거나 집기를 만지거나 한 후에는 꼭 손 소독을 했다. 비누로 씻거나 알코올로 소독했다. (진균이 계면활성제랑 알코올에 죽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손이 병균과 만날 일이 제일 많기 때문이다.

옷도 자주 갈아입었다. 잠은 처음엔 따로 잤는데, 한 달쯤 후부터는 가엾어서 그냥 같이 잤다. 그래도 쓰다듬어 주는 건 하지 않았고, 다른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비과학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손을 제일 조심했다.

다행히 2개월 가까운 치료 기간 동안 가족들도 고양이들도 아무도 옮지 않았다. 

 


먹는 약

링웜 걸리고서 많은 자료를 찾아 읽었는데, 먹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사람도 피부약이 독한 탓에 간 검사를 해가면서 먹기 때문에 나 피부약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래서 웬만하면 안 먹이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약을 먹이니 구토 한 번, 깨작거리는 모습 한 번에도 투약을 포기하게 됐다. 그러고서 바르는 약(알파헥시딘 소독약 & 테르비나핀 성분의 무좀약), 약욕, 영양제 등에 열심히 매달렸지만, 내 경우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먹는 약에 대한 이런 거부감이 링웜 치료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바르는 약이나 약욕, 영양제 등으로만 치료를 하려다가 치료 기간이 자꾸 길어지는 거다. 그러면 고양이도 보호자도 지치게 된다.

물론 예민하게 아이 상태를 관찰하는 건 중요하지만 신경과민이 돼서는 안 된다. 멀쩡한 아이들도 깨작거릴 때도 있고, 구토를 할 때도 있으니까. 먹는 약이 효과가 없거나 구토나 식욕 부진 같은 증상이 있다면 먹는 약에 의심을 품거나 포기하고 다른 방법들에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성분이 다른 약을 써보거나, 간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있는지 확인을 해 보거나, 간 보호제를 처방받거나 여러 대안이 있다. 병원을 아예 바꾸는 방법도 있다. 

 

나 역시 처음 갔던 병원에 대한 실망으로 다시 병원을 찾지 않고 자가 치료에 몰두하다가 영 치료가 되지 않아서 나중에 새 병원을 찾아갔다. 새 병원으로 바꾼 후 다시 약을 먹였고 매일매일 병변이 진정되고 나아가는 게 느껴졌다. (이때는 바르는 약, 약욕 아무것도 안 하고 약만 먹였다.) 첫 병원을 잘못 선택해서 병원에 대한 불신이 생겼던 게 불행의 시작이었고 너무 오래 허무하게 고생을 했다. 

 

물론 바르는 약과 약욕 등으로 자가 치료해서 낫는 경우도 있긴 하다. 약 먹이는 게 정 싫다면 자가 치료를 해볼 수도 있다. (나도 해봤었다. 효과는 없었지만.) 대신 얼마간 해봤는데도 변화가 없으면 그 치료법은 효과가 없다는 얘기니 포기하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다.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면 어느 정도 해봤을 때 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넥 카라

병변 발견하자마자, 병원에 가기도 전에 바로 넥 카라를 해주자. 넥 카라를 안 하게 되면 그루밍하면서 열심히 핥아서 금세 다른 부위로 옮아 간다. 이미 링웜에 걸릴 만큼 면역이 약한 상태이므로 다른 부위에 정성스럽게 곰팡이균을 계속 발라주게 되면 당연히 링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넥 카라 한 종류만 해주니 하도 발을 핥아서 이중으로 해줬다. 이걸 하고서도 핥으려고 해서 감시하면서 못 하게 했다.

 

고양이가 싫어하니까, 너무 불편해 보여서 등등 나 역시 처음에는 여러 핑계로 넥 카라를 안 해줬다. 그 바람에 일주일 만에 등에 있던 병변에 이어 발에 링웜이 생겼다. 이 발의 병변이 문제였다. 발목의 접히는 부분인 데다 햇볕 보기도 어려우니 낫질 않았다. 원래 진균은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넥 카라만 해줬더라면 병변은 한 군대로 끝나고 금세 나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돌이켜보면 아쉽다. 

 

두 번째 병원에서 바르는 약, 약욕 전부 다 딱 끊고 약만 먹이기로 했을 때도 넥 카라는 계속해주라는 게 수의사의 의견이었다. 나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여기 나을 때쯤 저기 또 생기고, 저기 나을 때쯤 조기 또 생기고, 병변이 계속 여기저기로 옮아 가는 비극을 피하고 싶다면 넥 카라는 필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

 

도넛 넥 카라, 원반 넥 카라, 부직포 넥 카라 등등 많지만 날씬하면서 길쭉한 애들은 요령껏 발을 핥을 수 있다. 테스트해 봐서 어디든 핥을 수 있다면 넥 카라를 바꿔야 한다. 더 크고, 더 뻣뻣한 걸로. 개인적으로는 플라스틱 넥 카라를 추천한다. 내 경우엔 플라스틱 넥 카라를 애가 거부하지는 않았는데,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셔서 포기했었다. 넥 카라 한 채로 어떻게 먹어야 할지 영 요령을 익히질 못했다. 

 

 

약욕
연구에 의하면 클로르헥시딘만 들어 있는 샴푸는 효과가 떨어지고, 클로르헥시딘과 미코나졸이 함께 들어 있는 샴푸의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케토코나졸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버박 파이오덤과 프루너스 닥터 미코클로딘 샴푸. 

 

치료 과정에서 프루너스 닥터 미코클로딘을 쓰다가 향이 너무 싫어서 버박 파이오덤으로 바꿨는데, 닥터 미코클로딘은 클로르헥시딘과 미코나졸이 들어 있는 샴푸고, 버박 파이오덤은 클로르헥시딘만 들어 있는 샴푸다. 알고 보니 성분상으로는 닥터프루너스 제품이 더 효과가 있는데 그땐 잘 몰랐다. 클로르헥시딘과 미코나졸이 함께 들어 있는 샴푸는 닥터프루너스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약용 샴푸를 이용한 목욕, 즉 약욕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몸 전체의 진균을 죽이기 위해 목욕을 일주일에 1~2회 하라는 수의사도 있고, 진균은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데 목욕 후 완벽하게 말리기 어려운 만큼 안 하는 게 낫다는 수의사도 있다. 

 

첫 병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 약욕 처방을 받았기 때문에 한 달 넘게 일주일에 두 번씩 지치지도 않고 약욕을 해줬다. 전혀 낫지는 않았지만 묵은 각질이랑 털이 싹 씻겨 나가서 깨끗해 보이기는 했다. 내 경우에는 꾸준한 약욕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한 번 정도는 모르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지속적으로 강력한 진균 성분이 들어 있는 샴푸로 전신을 씻기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병원에서도 너무 자극이 돼서 오히려 피부 자체의 회복력이 더 떨어지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되니 약욕과 소독을 중지하고 약만 먹이라고 했다. 계속 약욕을 시킬지 말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알파헥시딘(클로르헥시딘) 소독약

알파헥시딘(성분은 클로르헥시딘)과 정제수를 4:6으로 섞어서 병변을 소독해 준다. 병원에서 물약병에 넣어서 주는 핑크색 소독약과 동일하다. 병원에서 계속 사기보다는 동물약국에서 알파헥시딘과 정제수를 사서 넉넉하게 쓰기를 권한다. 병원에서 사는 물약병 하나로는 병변을 소독하기에 양이 정말 부족하다. 

 

약을 솜이 푹 젖게 충분히 묻혀서 병변에 올려서 좀 불린 다음에 살살 닦아내면 각질이 떨어져 나오는데, 대충 닦아주면 각질이 안 불려져서 떨어져 나오질 않는다. 처음에 그냥 상처 부위 소독하듯이 슬슬 발라줬더니 아무것도 나오질 않아서 각질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근데 좀 불려서 닦아줬더니 각질이 묻어 나왔다. 이때 너무 세게 닦지 않도록 주의하자. 

 

알파헥시딘 희석액 소독도 한 달 넘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줬다. 아이는 아주 싫어한다. 따가운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것도 정말 성실히 했지만 효과를 보진 못했다. 너무 오래 해서 자극만 더 심했다. 하지만 많은 집사들이 이 소독약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무좀약
병변 부위에 국소적으로 뿌리거나 바르는 약이 있다. 터비덤 스프레이, 라미실, 라미실 원스 등을 많이 쓰는데, 테르비나핀 성분의 약들이 많다. 터비덤 스프레이는 동물용, 라미실과 라미실 원스는 사람용일 뿐 성분은 같다. 이런 바르는 약도 간 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터비덤 스프레이는 클로르헥시딘 + 테르비나핀 성분으로, 위의 알파헥시딘 소독약과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겹치므로 따로 소독을 안 하고 이 제품만 써도 된다. 라미실은 연고 타입으로 클로르헥시딘 소독 후 발라주면 된다. 라미실 원스는 젤 타입이라 건조가 빨리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바르는 약인데, 이거 바르고 나면 24시간 동안 약이 스며들도록 가만 놔둬야 된다. 만약 오전에 라미실 원스를 발랐으면 오후에 알파헥시딘 소독이든 뭐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좀약을 바를 때는 병변보다 많이 넓게 발라야 한다. 두 배보다 더 크게 발라줘야 한다는 게 약사의 조언이다. 이미 주변 털은 다 감염되었으므로 감염되지 않은 곳까지 미리 약을 발라 무좀균의 전진을 막아야 한다. 

 

 


청소 & 소독
청소는 링웜 걸렸을 때 꽤 중요한 과정이다. 청소로 병이 낫는 건 아니지만 곰팡이균이 다른 부위나 다른 고양이, 사람 등에게 옮겨 가지 않기 위해서 청소를 잘해야 한다. 

 

나 역시 정말 열심히 청소를 했었다. 아침에는 청소기 & 소독, 저녁에 청소기 or 부직포 밀대로 청소. 소독할 때 무독성이라고 하는 차아염소산수나 차아염소산나트륨 제품을 많이 쓰기도 했다. 4~5종의 제품을 썼던 것 같다. 거의 99.9%에 가까운 살균력(바이러스, 진균, 세균 등등)을 가졌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고 있어서 혹해서 많이 썼는데, 솔직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도 혼란스럽다.

 

완전한 살균력과 완전한 무독성이라는 게 공존 가능한 걸까? 제품 홈페이지에 가면 너무 신묘한 간증 글들이 넘쳐나지만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너무 편하고, 너무 안전하고, 너무 강력한 살균이 되는 제품이라니 너무 완벽해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로는 제조사들의 안전하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워졌다. 

 

어쨌든 약한 락스 냄새가 날 뿐 독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피부 독성이 없음이 증명된 거지 흡입 독성이 없다는 게 증명된 건 아니므로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꼭 마스크를 써야 한다. 당연히 고양이나 강아지가 근처에 와서도 안 된다. 원래 이런 형태의 제품들은 락스를 포함해서 모두 다 천 같은 데 묻혀서 닦아서 쓰는 게 바른 사용법이라고 한다. 뿌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가끔 링웜 부위를 이런 약들로 직접 소독하는 경우도 있다. 판매자가 그렇게 하라고 안내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리뷰도 많이 읽었다. 모르겠다. 틀렸는지 아닌지는 연구자들의 몫이겠지만 이 제품들이 몸에 바르는 약품으로 인정받은 게 아니라는 건 사실이다. 바를까 말까 고민된다면 이 약들이 원래 락스의 친척들 - 희석 비율에서 차이를 보이는- 임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영양제

면역을 올리기 위해 락토페린과 초유, 유산균, 활력을 주기 위해 타우린, 피모를 좋게 하는 오메가 3 등을 권하는 게시물을 많이 봤다. 나도 영양제를 참 많이 샀었다. 다급해서. 물론 영양제로 링웜이 나을 리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면역이 떨어지거나 어리고 약한 고양이들이 많이 걸리는 만큼 영양을 보충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영양제도 쉬지 않고 먹으면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약 먹일 때는 수의사와 상담을 해보는 게 좋겠다.

 

우리 집의 경우도 이제 6개월 된 어린 고양이(처음 나타날 때부터 아주 마르고 작았음), 20개월령이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제일 마른 고양이가 링웜에 걸린 걸 보면 기본 체력이 안 좋은 애들이 링웜에 취약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면역이 좋은 아이들은 링웜 균을 만나도 절로 낫기 때문이다. 

 

 

빨리 치료하려고 조급해하지 말자. 좋다는 방법을 한꺼번에 다 쓴다고 해서 빨리 낫는 것도 아니다. 조급해서 이랬다 저랬다 하고, 좋다는 건 한꺼번에 다 해보고, 내가 이렇게 하다가 두 달이나 고양이를 고생시켰다. 조급함은 자꾸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면서 - 안 나으면 치료 방법을 바꾸거나 병원을 바꾸고 - 차근차근 치료 스텝을 밟아 나간다면 분명히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