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4. 14:00ㆍ멍이 냥이 이렇게 키워요
백신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흔치는 않아도 부작용도 있고 하니 백신 접종 하기 전엔 왠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어릴 때 몇 번 맞히고 나면 끝인 줄 알았건만 항체가검사를 하라는 둥 추가접종을 하라는 둥 예방접종 관련한 숙제는 끝이 나질 않는다.
아이들에게 좋으라고 병원에서 권하는 거겠지만 이 모든 게 꼭 필요할까? 과잉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추가접종이랑 항체가검사 등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초기접종 마무리하면서 항체가검사 꼭 해야 할까? 안 해도 될까?
초기접종을 3차까지 하고 나면 으레 병원에서는 3~4주 후 방문해서 항체가검사를 하라고 한다. 병원에선 쉽게 말하지만 항체가검사 비용은 5~6만 원 선이라 대부분 4종 종합백신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꽤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내 경우엔 냥이가 3마리에 당시 다니던 병원의 항체가검사 배용이 55,000원이었기 때문에 165,000원이 순식간에 지갑에서 빠져나가니 좀 망설여지긴 했다. 거의 성묘가 다 돼서 백신을 맞았던 데다 세 번이나 맞았으니 당연히 항체가 생겼겠지 싶어서 항체가검사를 하러 가지 않았다.
근데 몰랐으면 모를까 이게 두고두고 찝찝했다.
그래서 이번에 병원 방문한 김에 결국 항체가검사를 했고 항체 형성이 잘돼 있는 걸 확인했다. 찜찜함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항체 형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면 그때 검사하지 않았던 걸 후회했을 것 같다.
초기접종 마무리한 후 항체가검사를 해야 할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항체가검사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고양이는 개에 비해서 백신을 맞았을 때 항체 형성이 잘 안 되는 편이고 항체 지속 기간도 짧은 편이다. 이 생명체는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다. 어쨌든 항체가 잘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접종을 마무리해버리면 여태 해온 3차까지의 백신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 항체가검사를 해서 항체 형성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항체가검사를 했는데 항체가 잘 형성돼 있으면 돈 아까운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면역 형성이 잘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영혼의 평안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추가접종은 꼭 해야 될까? 안 해도 될까?
3차 접종까지 바지런히 맞히고 1년 됐을 때 추가접종 하러 가기가 좀 귀찮았다. 고양이 데리고 병원 가기가 쉽지 않아서, 그리고 백신 부작용도 겁이 났고. 그래서 추가접종 꼭 해야 되는 건가 자료들을 읽어봤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고 있는 예방접종 스케줄은 초기접종 3회차 하고, 1년 후 추가접종을 하고, 그 후로 매년 추가접종을 반복하라고 한다.
초기접종 연속으로 한 다음에 처음으로 하는 추가접종은 우리나라에서는 1년을 주기로 하지만, WSAVA(세계소동물수의사회)나 AAFP(미국고양이수의사회) 같은 외국 수의사 단체에서는 6개월령에 해줄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후 반복되는 추가접종은 고위험군은 1년, 저위험군은 3년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위험군이든 고위험군이든 구분 없이 1년 주기로 추가접종을 권하고 있는 거랑은 좀 달라서 약간의 문화충격이 있었다.
이렇게 추가접종 시기에 대해서는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추가접종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추가접종은 왜 할까?
추가접종은 재접종, 보강접종, 부스팅 접종, 부스터 접종, 부스터 백신 등 다양하게 부르는데, 예방접종을 통해서 면역이 형성됐다고 해도 이 면역이 평생 그리고 견고하게 유지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추가접종을 해서 항원을 다시 넣어줘야 한다.
추가접종을 해줌으로써 면역 시스템이 다시 항원과 접촉하면서 면역 기능이 더 활발해지는 것이다.
고양이 코어 백신(필수 예방접종)은 허피스, 칼리시, 범백(파보)인데, 이 중 범백은 백신을 접종해서 항체가 형성되면 추가접종 없이도 수년간 면역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하지만 허피스랑 칼리시는 면역의 효과 유지가 아주 견고하지는 않다. 그래서 추가접종이 꼭 필요하다.
우리아이는 외동묘에 외출도 안 하니 감염될 일 없다, 하고 초기접종부터 아예 안 하는 경우도 있고 추가접종을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사 몸에 바이러스가 붙어서 옮겨질 일이 과연 없을까 싶다. 하다 못해 병원 방문이라도 할 일이 생긴다. 아프거나 다쳐서 자주 병원을 방문하게 될 수도 있고, 오래 입원을 할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우리 아이도 언제든 전염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으니 면역 보호막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
추가접종은 어떻게?
추가접종을 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항체가검사를 해서 항체가 부족할 때만 추가접종을 하는 거다(항체가 충분하면 접종을 안 하고). 또 하나는 항체가검사 없이 그냥 추가접종을 해버리는 거다. 동물병원마다 전자를 권하기도 하고 후자를 권하기도 하니 참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① 항체가검사 후 추가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을까?
백신 부작용을 걱정해서 항체가검사 후 추가접종을 할지 말지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주사 맞은 부위에 종양 같은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개보다 높다. 부작용 확률이 높진 않지만 그래도 백신 맞힐 때마다 긴장이 되긴 한다. 아무튼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니 일단 항체가검사를 하고, 항체가가 낮은 경우에는 접종을 하고 항체가가 높은 경우에는 접종을 안 하는 방법이다. WSAVA VGG(백신가이드라인그룹)의 위원장은 코어 백신에 대해서 3년에 한 번 항체가검사 후 재접종을 권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쓸데없이 백신을 반복적으로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항체가 부족하면 백신을 맞지만 항체가 충분하면 안 맞아도 되니까. 항체가 충분한데도 재접종을 한다면 고양이가 쓸데없이 백신 부작용의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미리 항체가검사를 하면 이런 위험을 확 줄일 수 있다.
근데 단점도 있다.
일단 채혈을 해야 한다는 점. 항체가검사를 위해서는 혈액이 조금만 있어도 되지만 비협조적인 고양이라면 쉽지 않은 과정이다. (우리 집에도 비협조 고양이가 하나 있는데 아직 채혈해 본 적은 없지만 상상해 보면 불가능할 것 같다.)
비용 문제도 있다.
일단 항체가검사 비용이 예방접종 비용보다 대부분 비싸고, 항체 부족으로 재접종까지 하게 되면 항체가검사 비용에 접종 비용까지 배로 들기 때문이다.
② 항체가검사 없이 그냥 추가접종하는 게 나을까?
항체가검사가 범백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높지만 허피스와 칼리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항체가검사로 면역 보호 여부를 완벽하게 알 수 없으니 그냥 재접종을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채혈을 안 해도 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이다. 채혈하는 것보다는 주사 놓는 쪽이 더 쉽고, 비용 역시 검사 비용 없이 접종 비용만 들기 때문.
단점은 고양이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을 맞는 게 두려움에 몸서리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일도 아니니까. 백신 접종 시의 부작용은 구토나 가려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종양이나 쇼크로 인한 사망처럼 치명적인 경우까지 다양하다. 확률은 낮지만. 항체가 충분한데 검사 없이 그냥 재접종을 해버리면 쓸데없이 몸에 부담 가는 일을 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항체가검사로 확인을 해가면서 백신을 맞히길 권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항체가검사 후 추가접종 여부를 결정한다 vs 항체가검사 없이 그냥 추가접종 한다. 둘 중 어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는 것은 의견이 일치하지만 추가접종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두 방법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고양이의 상황에 대해 수의사와 상담을 충분히 하는 수밖에 없다. 좋은 수의사라면 충분히 함께 고민해줄 것이다. 나 역시 다니는 병원의 수의사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의논했고 검사 후 접종을 선택했다. 검사 결과 항체가 충분해 쓸데없는 접종을 피할 수 있었다. 수의사가 선호하는 방식은 분명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보호자에게 충분히 자기 방식의 장점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 수의사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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